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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상폐 결정한 디디추싱의 미래는? (feat. 미중갈등)

simpleyoung 2021. 12. 21. 23:18

중국에서 가장 큰 차량공유 플랫폼인 디디추싱이 12월 3일에 뉴욕증시에서 자진 상폐하고 대신 홍콩증시에 상장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뉴스가 전해진 후, 뉴욕증시에 IPO 당시 14달러였던 공모가는 6달러로 폭락한 상태입니다. 디디추싱 뿐만 아니라 알리바바, 핀둬둬처럼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있는 다른 중국기업 주가 역시 일제히 하락하였고, 심지어 디디추싱 기업의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소프트뱅크 주가도 도쿄 증시에서 3%가량 하락하였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증시를 흔들어 놓은 디디추싱의 상장폐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디디추싱은 어떤 회사인가?

디디추싱 로고

앞서 간단히 말씀드린대로 디디추싱은 중국판 우버라고 할 수 있는 차량공유 플랫폼입니다.

직원 수는 16,000명, 서비스 사용자는 연간 5억명, 매출 규모 연 1,417억 위안(한화 24조 7천억원)에 달하는 거대기업입니다.

매출의 93% 이상이 중국에서 일어나는 기업으로, 중국에서 사업을 크게 하고 있는데 상장은 미국에 진행한 기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21년 6월 말 뉴욕 증시에 등장했었는데요. 현 시점인 12월, 즉 반 년도 안되어서 상폐를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2. 디디추싱은 왜 뉴욕증시 상장폐지를 할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유는 중국 당국의 압박 때문입니다.

뉴욕증권거래소 디디추싱

사실 상장 당시부터 디디추싱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디디추싱이 상장을 앞두고 있는데, 중국정부에서 데이터 유출이 우려되니까 상장을 만류했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디디추싱 입장에서는 상장을 통한 대규모 자금조달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상장을 추진했고, 결국 뉴욕 증시에 성공적인 IPO를 진행하며 우리나라 돈으로 5조원의 자금을 끌어들였습니다.



이로 인해 중국 당국의 무언의 명령을 거스른 디디추싱에 대한 정부의 복수가 바로 시작되었습니다. 상장 직후에 디디추싱을 다운 받을 수 없도록 중국 앱스토어 내에서 앱을 삭제해버렸고, 국가 인터넷 정보 판공실이라는 곳에서 개인정보보호규정 위반을 빌미로 기업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 때부터 주가는 바로 반토막이 났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난 8월에는 중국 정부에서 공동 부유론이란 정책을 내세우며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기 시작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플랫폼 노동자들 권익 보호를 위해 차량 공유업체 기사들의 초과근무수당 등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이었지만, 기업입장에서보면 임금을 올려줘야하는 정책이었으므로 비용 상승으로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규제정책이었습니다.

이렇게 중국 당국이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하자, 디디추싱은 결국 백기를 들고 뉴욕 증시 자진 상폐 후 홍콩 증시 2차 상장 추진을 발표하게 된 것입니다.


현재의 디디추싱 주주들에게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아직 구체적인 절차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투자자들과 합의된 가격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법, 홍콩 증시 상장 후 홍콩 주식으로 현재 미국 주식을 바꿔주는 방법 등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3. 중국 정부는 왜 디디추싱을 압박했을까?

미중 갈등이라는 큰 맥락에서 중국 당국은 디디추싱을 압박해왔습니다.

미중 갈등

미중 갈등은 처음에는 무역 갈등으로 시작했고, 그 이후에 반도체를 비롯한 산업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졌었지요.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도 “미국에 공장 지을거야 말거야!” “너희 미국편이야 중국편이야!” 라고 재차 압박을 가했었지요.

이런 미중 갈등이 이제 자본 시장으로까지 번진 것입니다.


미중 갈등 전에는 성공한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이 각 당사자인 미국 정부, 중국 기업, 중국 정부 모두에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먼저 미국 입장에서는 소위 성공한 중국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되면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시장에 자금이 유입이 되니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중국 기업입장에서, 중국은 해외 자본의 직접 투자가 어려워 제 값을 받을 수 없는 시장인 데 반해 미국에 상장하면 제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상장을 선호했었구요. 마지막으로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중국 기업이 해외 상장을 하면 자국 기업이 해외 자금을 유치하는 것이니 반대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바뀌어서 중국과 미국이 전방위적으로 디커플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자국 자본 시장 육성에 열을 올리는 중입니다. 지난 달에는 중국의 세번째 증권거래소이자 중국판 나스닥을 꿈꾸는 베이징 증권거래소가 문을 열었습니다. 해외 상장된 기업들을 다시 중국으로 끌어오기 위한 조치가 명백한데요! 게다가 오픈 첫날 한정해서는 등락폭까지 무한으로 열어서, 실제로 전기차 부품 한 기업은 주가가 494%까지 폭등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모두 미중 갈등 경제 속에서 외국 자본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중국 당국의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중국이 안보 위협이 되고, 불투명한 회계로 인해 투자자들 피해가 발생하는 모습을 보며 이런 부작용까지 감수하며 미국 시장이 중국 기업의 자금원 역할을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방면으로 중국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는데요. 먼저 12월 초에 미국 증권 거래위원회의 새로운 규제는 ‘기업이 중국 정부의 소유 지배 여부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미국의 회계 감찰을 3년 동안 거부하면 상장 폐지할 수 있다는 조항도 추가하였는데요. 기존 중국 기업들이 계속 회계 감사를 거부한 것을 생가하면 이 규제들은 모두 중국 기업을 겨냥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모든 중국 기업들은 미국 정부와 중국 당국 사이에 끼어서, 뉴욕 증시에서 상장 폐지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다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4. 디디추싱 말고 다른 중국 기업들은 상황이 어떨까?
위에서 설명드린 이슈들이 디디추싱으로 촉발되기는 했지만 모든 중국 기업들이 다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 상장했다가 다시 중국에 상장하는 홈커밍 상장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위험 요소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에 상장했던 기존 중국 기업들이 홍콩에 2차 상장을 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가 1차로 미국에 이미 상장을 하고 얼마전 홍콩 증시에 2차 상장을 진행했습니다.상장 첫 날 공모가 대비 7.2%하락했고, 이는 1차 상장한 미국 나스닥 주가보다도 2.8% 낮은 가격이었습니다.기업 입장에서는 주가 홍콩 증시(중국 시장)가 큰 메리트가 없는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홍콩에 보험을 들듯이 상장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디디추싱의 뉴욕 증시 자진 상폐 소식을 전해드리며, 그 저변의 미중 갈등과 중국 기업들의 향방에 대해서도 자세히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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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듣똑라 팟캐스트를 참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