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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정보

[임신6주] 갑작스런 질출혈과 절박유산 진단..그리고 회복

 

마지막 생리일 기준 5주였던 토요일에 병원을 처음 방문해 아기집과 난황까지 확인을 했었고, 그 다음주 월요일에 바로 회사에 임신소식을 알렸어요.

아직 양가 부모님이나 친한 친구들에게도 임신을 알리지 않고 남편과 둘이서만 임신 사실을 알고있었던 상태였구요. 너무나 임신 극 초기이기 때문에 회사에 임신 사실을 알리는 것이 좀 껄끄럽긴 했는데요. 근시일내에 해외출장이 있을 수도 있어 업무 조정이 필요했고 또 12주까지는 법적으로 단축근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임신 사실을 알리게 되었어요.

그렇게 월요일 회사에 임신 사실을 알리고 근무를 하다가 오후 네시 반 쯤 화장실을 갔습니다.

소변을 보고 물을 내리려던 찰나 저는 정말 제 두 눈을 의심했어요...

변기에 생리할 때 보이는 검붉은 피덩어리가 있었거든요. 결코 작은 사이즈도 아니었고 어른 손가락 두세개 정도 되는 사이즈의 검붉은 핏덩어리였습니다...

 

순간적으로 '아 내가 임신을 한 게 아니라 생리가 늦어진거였나 착각이 들 정도로 생리혈과 비슷했고, 너무 혼란스러워서 임신한게 내가 꿈꾼거였나'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순간적으로 너무 헷갈려서 핸드폰에 저장해두었던 임신확인서와 초음파사진을 다시 보고 남편과 임신 관련 얘기했던 카톡을 다시 볼 정도였답니다.

'임신한 게 꿈이 아니고 사실이야!'라고 다시 자각하는 순간부터 공포감이 밀려왔어요.

회사 화장실에서 누구하나 물어볼 사람도 의지할 사람도 없어, 네이버 검색을 하니 불길한 얘기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특히나 당시 제 증상이었던 임신극초기, 검붉은혈, 꽤많은양, 덩어리, 심장소리 듣기전 등을 종합해보면 '아 회사에 임신을 알리자 마자 끝난건가'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어요.

분만병원까지 가기엔 너무 멀어서 일단 회사 가장 근처에 있는 산부인과를 들어갔어요.

의사 선생님을 뵙기 전 간호사 선생님과 간단히 문진을 했는데 임신초기인데 갑작스런 출혈이 있어서 왔다고 말씀드리니 더 묻지 않으시고 빠르게 의사 선생님한테 내용을 전달하시는 게 더 불안해졌습니다.

진료실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을 때까지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답니다.

 

임신초기가 워낙 유산 위험이 크고 제가 출혈 증상이 있다보니, 의사 선생님께서도 차분하시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 조심스러워하시는 게 느껴졌어요.

질초음파를 확인하시고 세 가지를 말씀해주셨는데요.

1. 일단 아기집과 난황은 그대로 잘 붙어있다. (이 말을 듣고 약 한 시간 가량 졸이던 마음이 한결 나아졌습니다.)

2. 아기집 쪽은 아니지만 피고임이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임신기간 피고임이 있는 경우는 있지만 당연히 없는 게 좋다. 움직임을 줄이고 누워서 절대 안정을 취하길 바란다.

3. 시기상 아직 심장소리는 들리지 않는데 분만병원 검진 때 가서 심장소리를 들어야 한다.

피덩어리를 보고 아기집이 쓸려나간 것은 아닌가 걱정을 했는데 일단 아기집과 난황이 그대로 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큰 안심이 되었어요.

또 출혈이 있으면 좋을 게 없으니 피가 잘 멎도록 누워있어야 했는데, 직장을 멀리 다니고 평소 생활량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병원에서 진단서를 받아 일주일 병가를 쓰게 되었답니다.

 

회사를 가지 않는 건 좋았지만, 휴가를 쓰고 맘껏 노는 것이 아니라 타의로 가만히 누워만 있어야 하니 몸과 마음이 꽤나 힘들었어요. 평소 운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누워만 있으려니 몸이 너무 찌뿌둥한데 앉아있는 것 조차 최소화하고 누워만 있으려니 몸이 힘들었고, 또 혼자 가만히 누워있으니 아기에 대한 걱정을 더불어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져 우울감도 밀려왔답니다..

누워서 할 수 있는게 TV를 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일주일간 'TV는 내 친구' 생활을 지속했는데요. 몰려오는 우울감을 타파하고 혼자있는 지루한 시간을 견디기 위해 무엇을 정주행할까 고민하던 중 고른건 두 가지였어요.

 

가장 먼저 해리포터 시리즈!

어렸을 때 해리포터 책을 재밌게 읽다가 중간에 수험생활을 하게 되어 멈췄었는데 최근에 해리포터를 다시 읽으려고 책을 빌려왔던 참이었거든요. 그런데 마음이 뒤숭숭하다보니 책이 눈에 잘 안들어와 좀 더 수동적으로 볼 수 있는 영화를 다 보기로 했습니다. 온갖 걱정들로 마음이 복잡할 때는 너무 현실적인 내용을 보는것보다는 아주 현실성없는 판타지를 보는게 좋은데요, 그런면에서 해리포터는 아주 좋은 선택이었어요.

두번째로는 별에서 온 그대 였습니다.

별에서 온 그대가 한창 방영할 10년 전 쯤에는 오히려 유치한 드라마를 싫어했더래서 아예 보지 않았었는데, 지금 저에게는 유치하고 현실성 없는 드라마가 아주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공이 전지현 배우라 비주얼이 아주 훌륭해 보는 것만으로도 시각적 태교가 되는 것 같았네요.

일주일동안 누워지내는 동안 첫 날 같이 피덩어리가 나오는 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피가 멈추지도 않았고 계속해서 조금씩 나왔기 때문에 생리대는 계속 차고 있어야 했어요.

첫째날: 꽤 큰 검붉은 피덩어리

둘째날: 갈색 찌거기만 나오고 피비침은 없음

셋째날: 붉은피 오백원 동전 사이즈 피비침

넷째날: 갈색혈 생리대 소형에 묻을 정도 (팬티라이너보단 많은 양)

 

이런식으로 딱히 줄어간다는 느낌은 많이 없이, 덩어리/붉은피/갈색혈/찌꺼기 다양한 종류로 일주일동안 피가 계속 비치긴 했어요. 화장실을 갈 때 마다 피가 많이 나올까봐 가슴 조마조마하게 되었습니다.

누워서 유튜브, 블로그 글을 계속해서 찾아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아요.

블로그 글을 찾아보는데 피비침이 있어도 잘 회복하신 경우 반, 그렇지 않은 경우 반이라 마음이 무거웠고 한편으로는 제가 이 절박유산을 잘 극복하게 된다면 꼭 희망적인 글을 써서 저보다 이후에 피비침이나 절박유산을 경험하시는 분들이 하나라도 더 희망적인 글을 발견하실 수 있게 해야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이렇게 일주일동안 온갖 복잡한 생각들로 눕눕 생활을 보내고 5월 7에 검진을 가게 되었어요.

검진가는 날은 휴지로 닦으면 갈색 찌꺼기가 묻어나는 정도여서 조금 안심이 되긴 하면서도, 괜히 가슴 단단한게 없어진 것 같고 숨차는 증상도 없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진료실에 들어갈 때까지도 많이 걱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진료실에 들어가서 6주 반 정도 된 시점에 처음으로 아기 심장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

(이 진료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더 자세히 적어볼게요)

 

선생님께도 피비침 증상과 절박유산 진단에 대해 말씀을 드렸는데요.

"산모 중 30%가 겪는 피비침 증상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고, 지금 피고임이 있긴 하지만 아기집과는 좀 거리가 있는 자궁 위쪽에 있어서 출혈이 있을 거라고 보이진 않는다. 일상생활해도 문제 없다." 라고 말씀해주시니 한결 마음이 안정이 되었어요.

일주일간 움직이질 못해서 운동을 해도 되냐고 여쭤봤는데 운동은 아직 하지말고 일상생활 정도만 하라고 하셨답니다.

일주일동안 누워있으면서 '꼭 피비침도 멎고 절박유산도 잘 극복해서 이런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절박유산, 피비침으로 검색해서 모든 글을 읽는 한 명의 임산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실제 그렇게 되어서 너무 기뻐요 ^^

제 블로그가 상단 노출이 되는 블로그도 아니고, 이 글을 읽으시는 임산부들은 저와 같은 증상으로 인해 수만개 블로그글을 다 읽어보시다가 제 글을 만나게 되셨을텐데요.

저도 아기 심장소리도 듣지 못한 초기에 정말 다양한 종류의 출혈이 있었고 일주일 넘게 지속되었지만 건강하게 임신 다음 주차로 넘어갈 수 있었어요!

제가 누워지내는 생활을 할 때 이런 블로그 글을 보면서 찰나이지만 마음의 안정을 얻었듯이, 제 개인적인 경험도 누군가에겐 안정이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D

다음 글에서는 7주차 증상과 아기 심장소리 듣게 된 경험을 포스팅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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